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 통해 2만5000명에게 새 생명 선물

입력 2024-04-18 09:40   수정 2024-04-18 09:41



2만5000명. 서울아산병원이 30여년 간 장기이식을 통해 새 삶을 선물한 환자의 수다.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첫돌도 맞지 못하고 생명이 사그라지던 한 신생아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국내 첫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 탓에 1~2년 뒤 미래조차 약속하지 못하던 어린 여자 아이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차례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성장해 어느덧 또 다른 생명을 품어내는 엄마가 됐다. 환자 2만5000명에게 기적이 생긴 것이다.

18일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1990년부터 간 심장 신장 폐 췌장 각막 골수 등 장기이식 수술 건수는 2만5000건이 넘는다. 이식 후 1년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간 이식 환자는 98%가 1년 뒤에도 새로운 삶을 이어갔다. 심장 95%, 신장 98.5%, 폐 80% 정도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 해 이뤄지는 장기이식의 20%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된다. 간 이식은 국내 3건 중 1건, 심장·신장·폐 이식은 5건 중 1건을 담당한다.

간이식 수술 건수는 8500건을 넘었다. 생존율도 1년 98%, 3년 90%, 10년 89%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 199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당시 42세 환자는 지금도 건강하게 삶을 살고 있다.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다. 1994년 생후 9개월에 이식 수술을 받은 국내 첫 소아 생체 간이식 환자도 마찬가지다.

1997년 38세에 수술받은 국내 첫 성인 생체 간이식 환자, 1999년 41세에 수술받은 세계 첫 변형우엽 간이식 환자, 2000년 49세에 수술받은 세계 첫 2대1 생체 간이식 환자 모두 건강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지는 간이식의 85%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다. 면역학적 고위험군인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은 서울아산병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한다.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결과도 비슷하다. 서구에 비해 뇌사자 장기 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속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양한 수술법을 개발한 결과다.

기증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생체 간이식 기증자 중 사망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사례는 한 명도 없었다. 복강경과 최소 절개를 이용한 기증자 간 절제술은 기증자의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고 흉터를 최소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첫 심장이식은 1992년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말기 심부전을 앓고 있던 당시 50세 여성 환자에게 이뤄졌다. 지금까지 국내 최다인 900건 넘게 진행하면서 환자를 살렸다. 생존율도 1년 95%, 5년 86%, 10년 76%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 생존율을 크게 앞선다.

심장이식은 뇌사자 기증 만으로 진행돼 말기 심부전 환자들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이식 대기가 길어 오랜 기간 약물로 연명해야하거나 심장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심장 역할을 하는 좌심실보조장치(펌프를 통해 심장 기능 보조)를 이식하고 있다. 좌심실보조장치 이식은 100건 넘게 진행했다.

신장이식도 활발하다. 서울아산병원은 신장 기능이 망가져 평생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2015년 이후 연간 400건 이상, 누적 7500건 신장이식을 시행했다. 이식한 신장이 제 기능을 하고 잘 생존하는 비율은 1년 98.5%, 5년 90%, 10년 77.1%다. 미국 장기이식관리센터(UNOS)의 1년 99.9%, 5년 85.4%와 유사하다.

서울아산병원은 거부반응 발생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게도 안전하게 신장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로봇을 이용한 신장이식도 100건 넘게 활발히 시행했다. 개복 수술과 유사한 임상 결과를 보이고 있다.

폐이식은 2008년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에게 뇌사자 폐를 이식한 것을 시작으로 250건 넘게 수술을 진행했다.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으로 심각한 폐 손상을 입은 환자 13명과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으로 폐기능을 상실한 환자도 다수 포함됐다.

폐이식 환자 70%가 인공심폐기(에크모)나 기계적 환기 장치를 오래 유지한 중증 환자였지만 이식 후 생존율이 1년 80%, 3년 71%, 5년 68%로 높다.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 성적을 합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 생존율은 1년 85%, 3년 67%, 5년 61%다.

폐는 간이나 심장, 신장 등 다른 장기와 달리 뇌사자 기증이 적어 이식 대기가 길다. 호흡 과정에서 외부 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감염 위험도 크다. 이식 거부반응도 심해 이식 후 생존율이 높지 않은 장기다. 서울아산병원은 고도화된 중환자 관리 시스템을 통해 이식 환자의 면역억제제 복용을 적절히 조절하고 올바른 호흡 재활 운동을 도와 생존율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황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장(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은 "지금까지 2만 5000명에 달하는 환자에게 고귀한 생명을 선사할 수 있던 원동력은 절체절명의 중증 환자까지도 살려내고자 하는 사명감"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장기부전 환자가 장기간 질 높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장기별 이식팀과 장기이식 전담간호사(코디네이터) 등으로 구성됐다. 장기 기증자와 이식 수혜 대상자 상담, 등록, 관리, 임상 장기이식 시행, 장기이식 정보 제공 및 교육, 홍보 활동, 실험 이식 연구 등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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